오혜영 한인회장에게 묻습니다 (3)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 이는 필명이고 본명은 Eric Arthur Blair이다)은 1945년 출간한 소설 <동물농장>을 통해 소비에트 연방 공산주의 정권의 독재와 부패 과정을 보여줍니다. 오웰은 농장의 돼지들을 통해 우화적 요소로 레닌, 스탈린, 트로츠키 등 초기 소련 지도층을 표현했으며, 이로써 러시아 혁명을 풍자한 것입니다. 인간과 동물 간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권력의 부패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농장의 동물들이 인간 농부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자 하는 과정을 그리며, 결국 그들의 자유가 어떻게 권력의 억압으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동물농장>의 주인공인 동물들은 처음에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인간 농장주를 대상으로 혁명을 일으킵니다. 인간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얻는 ‘자유’는 한때 그들의 이상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동물들끼리 평등하게 대우하고 아끼는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지만 점점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인해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중요한 주인공의 하나로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을 가진 돼지는 권력을 독점하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자 다른 동물을 희생시켜 나갑니다. 그 모습은 권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자주적이고 건전한 사회를 파괴하는지를 말해주는 명확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단순히 한 편의 소설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무엇을, 어땋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한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초반에 설명했듯 조지 오웰은 자신이 살던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여 이 작품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결코 당시 시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권력의 남용과 독재적 통치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지난 9월 30일 시드니한인회 총회를 보면서, 그리고 그에 앞서 한인회 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이 어떤 행보를 보여왔는지를 보면서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린 사람은 비단 필자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총회가 어수선하게 끝난 후 필자가 만난 많은 이들의 반응은 필자가 느꼈던 것과 다름 없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사를 보면, 대부분의 최고 권력자는 퇴임 이후 부패 또는 권력 남용 문제가 휘말렸고, 마치 정해진 루트처럼 ‘학교’를 다녀왔습니다. 특정 이상을 구현하고자 지도부의 차리를 차지했지만 이상의 구현은커녕 부패와 권력 남용, 그리하여 마침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동물농장>과 어찌 그리도 같은지 허탈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필자가 이미 지적했듯, 리더의 자질, 책임감, 포용력, 공정성,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 정기총회에서 한인회장이 보여준 모습은 물론 그 이전 오혜영 한인회장이 특정인을 대상으로 행한 두 건의 사례(현재까지 드러난)를 보면, 마치 돼지 ‘나폴레옹’이 자신의 권력과 이득을 위해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무슨 짓이든 다하는 소설의 내용 중 한 부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혜영 한인회장은 특정 한인회 회원이자 이전 한인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말을, 한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또 이번 총회에서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총회 자료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엄청난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버젓이 명시함으로써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대다수 회원들로 하여금 해당 개인을 오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다시, 독자 분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입니다. 현재 또 다른 유사 사례를 확보하는 중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혜영 한인회장에게 묻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미 말했듯 지도자는 모두를 끌어안고 함께 앞으로 나가는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잘못된 점들을 덮고 나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명확하게 짚고 사정을 가려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되 이해와 관용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포용의 리더십입니다. 그러할진데,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오도하고, 억지로 과오를 만들어내려는 그 의도는, 마치 권력 유지와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려는 ‘나폴레옹’과 무엇이 다릅니까?
오혜영 한인회장에게 요구합니다. 자신이 행한 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한 개인을 나쁜 쪽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는지 겸허하게 되돌아보라고. 또한 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합니다.
이 또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시드니한인회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덧붙여 오혜영 한인회장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깊이 있게 ‘정독’해 볼 것을 권합니다. 오웰은 이런 결말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밖에 있는 동물들은 돼지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돼지로, 돼지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돼지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사람이고 누가 돼지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The creatures outside looked from pig to man and, from man to pig, and from man to pig, and from pig to man again. But already it was impossible to say which was which.)
이 결론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명상해 보시기를, 또한 권합니다.
최진혁 / 시드니저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