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사회 정치의식 고조… 네번째 VoKAB 정치포럼 성황리 개최
노동당 현역 의원 3명 포함 4명의 후보 참석, 교민 150여 명과 직접 소통
“다가오는 박빙 총선, 우리 표심이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번 포럼은 VoKAB (Voice of Korean-Australian Businesses, 회장 차영익)이 주최했다. VoKAB은 20년 전 Calling Businessman Association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당시에는 한인 비즈니스인 중심의 네트워크였으나, 최근 보다 포괄적인 정체성과 역할을 반영하고, 교민의 목소리를 호주와 한국 양국 정부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되었다. 현재 VoKAB은 1세대 및 1.5세대 한인 호주인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호주 사회에 기여하고, 정치·문화·경제 전반에 걸쳐 한인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주요 사명으로 삼고 있다. 이 행사는 다가오는 연방 총선을 앞두고 정치와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은 오후 5시 30분, SBS Korean과의 후보자 인터뷰로 시작되어 따뜻한 커피와 빵이 제공된 캐주얼한 네트워킹 시간으로 이어졌고, 본 행사는 오후 6시 30분 무렵부터 문화공연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무대를 처음 장식한 것은 김정희 씨의 전통 북춤. 힘찬 장단과 함께 시작된 공연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이어진 테너 김재우 씨의 호주 국가 제창과 ‘Granada’ 노래는 행사장을 품격 있게 물들였다.
진행을 맡은 이줄리앤 VoKAB 수석부회장은 ‘Acknowledgement of Country’와 함께 주요 커뮤니티 리더들을 환영하며 행사의 문을 열었다. 이어 차영익 VoKAB 회장은 환영사에서 “VoKAB은 한인 기업인과 전문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교민 사회와 호주 정치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정치인을 일방적으로 듣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배움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각계 다문화 커뮤니티 리더들의 참석은 우리가 ‘함께할 때 더 강하다(We are stronger together)’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호주의 조화로운 다문화 사회를 위한 의미 있는 대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에는 현직 연방 의원이자 노동당 소속 후보들인 Sally Sitou (Reid), Dr. Andrew Charlton (Parramatta), Jerome Laxale (Bennelong) 세 명이 참석하여 교민들과 직접 마주하며 현안에 대해 진솔한 의견을 나눴다.
한편, 자유당 후보들은 다양한 사정으로 참석과 불참을 번복하다 끝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최종 참석을 약속했던 Scott Yung 후보가 행사 이틀 전 개인 사정으로 불참을 통보한 점은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만큼 더욱 안타까웠다.
흥미로운 장면은, 공식 초청 명단에 없던 녹색당의 Ben Speechly 후보(Mitchell)가 조용히 행사장을 찾아 교민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진정성 있는 관심을 보여준 것이었다. 무대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자리에서 “의원직에 재선되면 한국교민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유권자의 질문에 대해, Jerome(제롬) 의원은 VoKAB이 지난해 정부에 제출한 FTA 관련 정책 질의서를 언급하며, “그 질의서를 기반으로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계속해서 개발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호주 무역투자성장위원회 활동 경험을 언급하며, 한인 디아스포라가 한-호주 간 무역, 투자, 교육, 문화 교류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oKAB도 청문회에 참여했으며, 향후 이를 실제 정책으로 연결해 중소기업들의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Q&A 세션에서 Jerome 의원은 본인이 가장 만족하는 성과로 하원 경제 위원회에서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추가 수수료 관련 작업을 꼽았다. 후회되는 일로는 서울 방문 중 아침 달리기 코스를 미리 계획하지 않아 한강까지 무려 12km를 달렸다가 돌아올 때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유쾌하게 풀어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Andrew(앤드류) 의원은 자신의 Parramatta 지역구가 에핑(Epping)과 이스트우드(Eastwood) 지역까지 확대된 것을 기회로 삼아, 현재 추진 중인 Parramatta Connect Project를 활용하여 “파라마타에 위치한 대형 기업들과 한인 SME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적극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Andrew 의원은 형이 부산에서 입양된 한국계임을 밝히며,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와 가까이 지냈다고 했다. 최근 지역구에 한국계 인구가 많은 지역이 포함되면서, 한국 커뮤니티와 더 깊이 소통하고, 그들의 기업가정신과 교육열, 가족 중심 문화를 통해 한-호주 간 교류를 넓히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Jerome 의원이 말한 것처럼, 한국과 같은 가치 공유 국가와의 연대가 호주에도 중요하다”며, “한국계 호주인분들이 바로 그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ally 의원은 “우리는 본질적으로 호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원이라고 보고 있으며, 양자 및 다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야당 대표인 피터 더튼이 최근에 한 외교 정책 연설에서 언급한 나라는 중국, 미국, 이스라엘—딱 세 나라뿐이었습니다. 아시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중 하나인 인도에 대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즉, 그는 세계를 미국과 중국을 통해서만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호주의 대외 관계에 큰 제약이 됩니다”라며 야당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자유당 후보들은 다양한 사정으로 참석과 불참을 번복하다 끝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최종 참석을 약속했던 Scott Yung 후보가 행사 이틀 전 개인 사정으로 불참을 통보한 점은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만큼 더욱 안타까웠다.
흥미로운 장면은, 공식 초청 명단에 없던 녹색당의 Ben Speechly 후보(Mitchell)가 조용히 행사장을 찾아 교민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진정성 있는 관심을 보여준 것이었다. 무대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후보자 소개 후 곧바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Q&A)은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사전에 접수된 질문과 현장에서 직접 제출된 질의들을 바탕으로 후보자들은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시민들은 거침없는 질문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사회를 맡은 최성호 수석부회장은 위트 있고 유연한 진행으로 긴장을 풀며 후보자들과 관객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질문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책을 비판하기보다는, 교민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 고민과 지역 발전, 경제 문제 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Charlton 의원은 경제 전문가다운 설명으로 어려운 경제 이슈를 쉽게 풀어내며 큰 박수를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는 5월 3일 치러질 연방 총선은 집권당인 노동당과 이를 추격하는 자유당 간의 의석 수가 박빙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 밀집 지역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포럼은 한인사회의 정치 참여가 호주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실감하게 했다.
행사장에는 한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인도, 필리핀, 중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경제단체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직접 질의에 참여하며 다문화 커뮤니티 간의 연대와 관심을 보여주었고, VoKAB이 추구하는 diaspora 코뮤니티간의 교류와 협력이라는 비전에 힘을 실었다.
예정대로 공식 행사는 오후 8시 30분 경 마무리되었지만, 많은 참석자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후보자들과의 비공식 네트워킹 대화를 이어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단순한 정치 정보 전달을 넘어, 시민과 정치인이 한자리에 앉아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이 자리는 진정한 정치 참여의 현장이었다.
“이제는 우리도 말할 때입니다.”
VoKAB 수석부회장 이줄리앤은 이번 포럼을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VoKAB은 단순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넘어, 한인 커뮤니티와 호주 정치 사이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정치 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연결되고, 경청하고, 배우는 공간입니다. 이런 대화를 통해서만이 우리가 바라는 조화롭고 진정한 다문화 호주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VoKAB은 정중하고 중립적인 플랫폼을 통해 정책 결정자들과 커뮤니티가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가는 데 힘쓰겠다. VoKAB은 향후에도 정기적인 정치 포럼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교민사회의 목소리를 높이고 정치적 참여를 일상화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시드니저널 발행인 / 최진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