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공식 출범하는 재외동포청사 위치를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재외동포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착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재외동포가 제외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재외동포청의 취지는 사실 간단하다.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때론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이제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성했고, 대한민국과 연계해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 됐다. 그걸 현실화하고자 만들어지는 게 재외동포청이다.
그런데 재외동포청사의 위치를 놓고 벌이는 논란은 이 같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은 제주특별자치도다. 이번 재외동포청사를 제주도에 주지 않았다고 생때를 쓰고 있다. 재외동포청사가 수도권에 위치함으로써 지방균형발전에 역행했다는 주장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해외동포는 눈에도 없고 코딱지만한 국가청사 하나 유치에 작은 경제적 도움을 얻고자 하는 마음만이 느껴질 뿐이다. 멀리 해외에서 10시간 넘게 비행기타고 온 동포들이 또다시 하염없이 하루를 허비해 제주도로 가야하는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휴가철 찾아온 외지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이기심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제주도에 재외동포청이 세워진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최종 유치 장소로 선정된 인천광역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청사 설립지로 거론되는 곳이 인천 내부의 청라, 영종, 송도 세 곳의 국제도시다. 이 가운데 누가 봐도 가장 좋지 않은 입지는 송도다.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을 잇는 공항철도 노선과는 반대 방향이기 때문이다. 동선을 고려할 때 공항철도역 중 한 곳 주변에 설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재외동포를 포함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바로 공항철도이기 때문이다.
없는 것도 아니다. 청라와 영종 모두 공항철도 주변에 위치한 국제도시다. 영종은 공항 근처이고, 청라는 공항과 서울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으며 김포공항과도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천시는 송도 신도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들의 고민 안에서 해외동포는 제외되어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해외동포청 하나 들어선다고 인천이나 제주 경제가 갑자기 크게 성장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국토균형발전이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그 의미를 부풀리고, 또 이 같은 호재를 활용해 집값과 땅값을 올리고 싶어 하는 지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여기에 발맞춰 사실을 과대 포장하고 있다.
이럴 때 꼭 떠올려야 할 게 있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재외동포청이 세워지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작은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