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나는 얼마나 ‘한국인’인가?

어떤 사람이 더 한국인일까?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 vs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

이 사실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전자를 한국인으로 분류할 것이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 vs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

이 사실만 놓고 봐도 당연히 전자를 한국인으로 분류할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 vs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한국 국적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

앞선 지리적, 법적 두 가지 요건을 합쳐 놓으면, 후자를 선택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전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 다음의 요건이 추가되면 어떨까?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타국을 더 선호하는 사람’ vs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한국을 더 선호하는 사람’ 혹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 vs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 국적으로 살면서도 한국의 것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는 사람’ vs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사람’

1989년 1월 1일 한국에서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가 되고 벌써 34년이 흘렀다. 그전에도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향했지만, 해외여행의 자유화 이후에는 훨씬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이주했고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1986년에 태어나 2023년을 사는 나에게 국적은 주어진 것도 있지만 실은 선택이 가능한 옵션일 뿐이다.

이런 나는 전자가 한국인이라는 엄연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한국인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후자가 실은 더 한국인 같다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최근 나는 전국구 규모의 호주 한인 네트워크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 중 다수는 호주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호주인이지만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 혈통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국 사회와의 연결고리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하고, 나보다 더 구체적으로 현재 한국 사회를, 호주 내 한인 커뮤니티를 걱정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식 공교육 및 사교육을 받고, 한국의 성인식과 다름없는 수능을 치렀으며, 한국에서 대학교를 온전히 졸업하고도 나는 결국 호주로 와서 이민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아직 국적을 바꾸지 않은 나에게 내가 한국인임을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과연 그들보다 더 한국인인가? 그게 맞나?

앞서 확인한 분류에 따르면 나는 그들보다 더 한국인이 확실하다.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인이다. 그런데 나는 실제적으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호주에 와서 한국인임을 유지하고자, 잊지 않고자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간 다른 호주의 한인들이 본인들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힘겹게도 일궈온 혜택을 그저 편하게 취하려 했을 뿐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한국인으로서의 껍질을 벗겨내고 나면, 나는 그들보다 더 한국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한국인답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호주에서 나는 얼마나 ‘한국인’인가?

호주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각자 얼마큼 ‘한국인’인가?

호주 이민을 결심 한 이후 최대 고민이 될 거 같다.

자유기고문, ‘호주에서 나는 얼마나 ‘한국인’인가?’ 멜버른에서 차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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